20171211(월) 오늘의 클럽에반스 공연 : Super Jam Day
BILINGUAL
공연리뷰    2010.01.12 (Tue)



뭐 하나 특별할 것도 없는 지루한 일상에 지친 마음이 차가운 아스팔트 위로 쿵 떨어졌다.
스물스물 스쳐지나가는 쇼윈도에 비친 내 꼬락서니는 왜 또 그렇게 빈티가 줄줄 흐르는지.
3분마다 서러움이 울컥울컥 올라온다. 어느 누구라도 풀 죽은 내 어깨를 뜨겁게 안아주면 좋겠는데,
이런 날은 꼭 자비로우신 프리허그 하나 없더라.
"It takes two tango" 라고 했던가. 그래 오늘은 지친 내 마음을 탱고선율에 프리허그 해보리라.



BILINGUAL_재즈&탱고 그룹

Bilingual(바이렁궈)는 젊었다.
이제 막 대학교 신입생이 된 사촌 동생들 같은 그들의 모습이 청량음료처럼 시원했다. 사실 좀 의외이긴 했다. 뮤지션들에 관한 별다른 정보 없이 보러 간 공연이긴 했지만 탱고라기에 나도 모르게 말쑥한 정장 차림의 신사라던가, 사람 여럿 홀릴 듯 한 짙은 향기와 이글아이 눈빛을 가진 여인을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그들이 들고 있던 깜찍하고 도발적인 빨간 아코디언을 그대로 닮았다.
그 날 공연에서는 이제 곧 일본으로 유학을 떠나는 김민지와 그 뒤를 이어받을 박성실의 합동 연주가 있었기 때문에 아코디언이 2명이라는 독특한 편성를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부드럽게 공연을 이끌어나가는 piano 최연주,
곡의 중심에서 다양한 테크닉을 구사하며 활기를 불어넣어주는 violin 주소영,
두둑하게 무게를 잡아주는 bass 이성찬 군,
여기에 객원으로 drum 임상욱이 가세해 재즈탱고의 맛을 한 층 더 살려낸다.

1부 공연에서는 아코디언 연주곡 'La valse a Margaux'와 하울의 움직이는 성 OST '인생의 회전목마‘를 비롯해 ‘milonga loca’, ‘verano porteno’, ‘La muerte del angel’, ‘Escualo’ 같은 탱고의 아버지 ‘아스토르 피아졸라’의 오리지널 곡들을 코드화시켜 격정적이고 슬픈 탱고 그대로의 느낌에 즉흥연주를 삽입해 귀에 익숙하면서도 신선한 연주를 들려준다.

2부는 그들의 자작곡이 주를 이룬다.
놀이공원의 다이나믹한 분위기를 재치있게 표현한 'Racoon Dance', 서정적인 발라드 'Sandglass', 아름다운 멜로디 ‘Bella melodia', 재기발랄한 ’도망친이야기‘ ,탱고의 화려함을 보여주는 ’Headache' 가 연주됐다. 탱고를 통해 살아나는 다양한 분위기가 마치 어린시절 가지고 놀던 버튼을 누르면 그림이 바뀌는 장난감 카메라 속을 들여다보듯 흥미롭다. 사실 탱고와 재즈를 서로 접목시킨 뮤지션들이 이들만은 아니다. 그러나 Bilingual의 재즈 탱고는 신선하고 풋풋하다. Bilingual의 재즈탱고의 가장 큰 특징은 클래식한 탱고를 재즈처럼 자유롭게 풀어놓았다는 것이다. 멜로디 자체는 탱고의 느낌 그대로 서정적이지만 곡의 세부구성이 캐쥬얼하다. 말하자면 매끈한 검정 수트에 스니커즈를 신고 뛰어다니는 느낌. 그래서 그들만의 탱고는 지나치게 우울하거나 무겁지 않게 낭만과 익살의 소리를 동시에 낸다.

첫사랑의 설레임처럼 약간의 두근거림과 호기심을 안겨주는 그들의 연주는 탱고의 격정이 가져다 주는 가슴 뜨거운 뭉클함으로 하루를 위로 받고자 했던 내게 약간의 아쉬움을 남겼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풋사과를 한 입 베어문 듯한 상큼함과 새 봄 피어나는 꽃잎들의 향긋함에 턱 막혔던 가슴이 조금씩 개운해지는 것을 느꼈다.

반짝 반짝 빛나던 아코디언의 새빨간 빛이 점차 바래지는 만큼 그들 또한 농익은 과일의 깊은 맛과 향내처럼 더욱 성숙해지리라. 세상의 모든 위대한 와인의 첫 발이 햇과일 향을 가득 품은 보졸레 누보에서 시작되듯 그들의 다음 무대를, 내일을 가슴 떨리게 기대해본다. / 이지영

< Bilingual >

accordion 김민지, 박성실
violin 주소영
piano 최연주
bass 이성찬

guest drumer 임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