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128(일) 오늘의 클럽에반스 공연 : 유기농 트리오
 
미연/박재천
Dreams From The Ancestor
Audioguy
2008
미연/박재천
Dreams From The Ancestor
1. 그것을 꿈이라 말하지 말라 (A Dream I Never Dreamed) (10;58)
based on a Korean Traditional Rhythm, O'-Ch'ae-Jil-Gut(오채질굿)
composed by Miyeon / Miyeon(piano), Jechun Park(percussion)

2. 이어도는 땅 위에 있다 (The Eternity of the Dream Island) (11;07)
based on a Korean Traditional Rhythm, Jajin-Mori(자진모리)
composed by Jechun Park / Miyeon(piano), Jechun Park(piano)

3. 잊혀진 나에게 묻는다 (What You Dream is What You Are) (09;00)
based on a Korean Traditional Rhythm, Gut-Gori(굿거리)
composed by Miyeon / Miyeon(piano 1&2), Jechun Park(percussion)

4. 새는 내 안에 있었다 (The Dream Forgotten) (12;30)
based on a Korean Traditional Rhythm, Chil-Ch'ae(칠채)
& a Melody, Saeya-Saeya(새야새야)
composed by Miyeon / Miyeon(piano), Jechun Park(percussion)

Produced by Jechun Park
Recorded at Mozart Hall in Seoul on August 25 2008
Recorded & Mastered by Junghoon Choi
Assistant Engineer by YoungMin Han, SongJi Nam
Mastered at Audioguy Studio in Seoul
(recorded by using MG KEM970. M930 Microphone)
Design & Art Direction by Jazz People
Photos by Hongjoo Lee&Youngae Jun

Thanks to the Korean Ancestor Who Left the Dream Forgotten

꿈은 간직하려는 이들에게만 꿈으로 남는다

현재 우리나라 음악계에서 타악기연주자 박재천과 피아니스트 미연의 위상은 매우 독특하다. 1996년부터 명인 강태환의 곁을 지키며 프리재즈의 길에 접어든 박재천은 국내외의 내로라하는 연주자들과 협연을 벌이며 음악성을 닦아왔다. 재즈와 클래식, 그리고 국악의 핵심을 충실히 꿰찬 그의 음악은 연주, 작곡, 편곡 등 모든 부문에서 우리 음악계의 가장 진취적인 존재 중 하나로 평가된다. 피아니스트 미연 또한 길지 않은 시간 동안 놀라운 성장을 보여주며 개성어린 타건의 연주자로 자리 잡았다. 특히 좋은 작곡 역량을 과시한다. 이들은 2007년에 발표된 퓨전국악의 걸작 <예산족>의 음악 작업을 맡아 신선한 충격을 안겨줬고, 2005년에는 이른바 ‘구성즉흥(Structured Improvisation)’으로 연주된 탁월한 프리재즈 앨범 <Queen & King>을 선보였다. 이제 두 사람이 두 번째 구성즉흥 작품을 내놓는다. 그리고 혼돈과 왜곡으로 가득한 이 시대에 ‘섬뜩한’ 일갈을 던진다.

<Queen & King> 이후, 두 사람의 작업이 어느 방향으로 흘러갈지 참으로 궁금했다. 뛰어난 구성미의 그 작품은 더 이상 기대할 것 없는 최상의 음악을 담고 있었기에, 뭔가 구체적인 소재와 주제를 새로 선점하지 못하면 또 다른 작품을 기획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무엇보다 새 앨범의 타이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선조들이 남긴 꿈”이란 다소 상투적이면서도 도발적인 제목은 국악의 향기를 가득 품는다. 박재천과 미연은 국악의 다양한 리듬과 비트 패턴 중에서 네 가지―오채질굿, 자진모리, 굿거리, 칠채―를 뽑아들었다. 그리고 그것들을 매우 현대적인 방식으로, 아니 그들만의 방식으로 재구성해냈다. 그렇다고 이 작품이 지금껏 숱하게 시도된 퓨전국악의 매너리즘을 답습했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외견상 여기에는 재즈와 현대클래식의 어법이 혼재돼 있지만 그 정체를 규정하기가 매우 힘들다. 정확히 얘기하면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고나 할까.

<Dreams from the Ancestor>는 연주자가 얼마나 치열하고 섬세한 실험에 몰두할 수 있는지 증명한 경이로운 문제작이다. 따지고 보면 우리의 음악이 기초적인 학습의 단계를 벗어난 건 그리 오래지 않다. 잘 알려진 하나의 멜로디에 다른 리듬을 끼워 넣으면 기껏 그것으로 새로운 스타일이 만들어졌다며 호들갑 떠는, 우리는 그런 시대에 살고 있지 않던가. 앞서 얘기한 것처럼 이 작품도 자유즉흥(Free Improvisation)이 아닌 구성즉흥이다. 박재천과 미연은 네 개의 리듬 패턴을 최대한 살린 채 재즈와 현대클래식의 감각을 동원해 각각에 어울리는 멜로디와 비트의 흐름을 새롭게 구축했다. 그리고 실제 국악에서 연주되는 구성과 진행을 차용해 즉흥연주로 이를 풀어냈다. 물론 감성적인 접근만으로도 이 앨범의 매력을 만끽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참신한 발상과 배경 때문에 한결 이론적인 관찰이 우리의 구체적인 이해를 돕는다. (이 글 후반에 상세한 곡 해설을 추가했다.)

어느새 케케묵은 옛날얘기로 비춰지는 30년 전의 서울로 돌아가 보자. 1978년 공간사랑에서 벌어진 일련의 실험적인 예술 행위들이 없었다면 우리에게 오늘이 있었을까. 앨토 색소포니스트 강태환과 타악기연주자 김대환, 트럼페터 최선배가 한국 최초로 프리 재즈를 연주하기 시작했고, 작곡가 강석희와 백병동 등을 중심으로 현대클래식에 대한 진지한 고찰이 이루어졌다. 사물놀이도 바로 그 때 거기서 출발했다. 물론 당시 사회가 이들의 가치를 높이 평가하거나 충분히 소화할 만큼 힘을 갖고 있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의문은 다른 데 있다. 과연 그 후손인 우리는 오늘날 창작과 예술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귀에 박히도록 들어온 기성세대의 한 마디, “그 때가 진정 아름다웠노라”던 신세 한탄을 ‘오늘의 기성세대’가 된 우리마저 또 다시 반복해야 하는 걸까. 이제 막 음악의 꿈을 품고 무대를 바라보는 후배들에게 우리는 무엇을 남길 수 있겠느냐는 말이다.

새로운 음악을 꿈꾸는 재즈 연주자가 관객의 시선에 눌려 마음껏 솔로를 펼칠 수 없는 현실 속에서, 전 세계 타악기연주자들의 극찬을 이끌어낸 징의 심오한 울림이 무턱대고 쳐대는 응원가의 반주 악기로 홀대받는 현실 속에서, 가까스로 완성한 현대음악 악보를 벙어리 냉가슴의 심정으로 수년 째 책상서랍에 처넣어 둬야 하는 현실 속에서, 예술의 존재 가치를 얘기하는 건 사치인가. 선택은 각자의 몫이고 정답도 없다. 하지만 부정할 수 없는 진리는, 그 비겁함이 우리 음악의 미래를 어둡게 한다는 사실이다. 수백 년의 음악사가 이를 입증한다. 이 와중에 세월은 마냥 흘러가고, 어느새 우리의 대중은 음악의 존재를 온라인 게임의 배경음과 휴대전화 컬러링의 소재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따지고 보면 대중은 죄가 없다. 음악을 업으로 삼은 ‘우리’가 꿈의 가치를 계속 발전시켜 왔다면, 그런 게 있다는 사실만이라도 잊지 않았다면 작금의 ‘풍요 속 빈곤’은 없었을 게다.

바로 이런 세상에서 <Dreams from the Ancestor>가 태어났다. 돌연변이도 이런 돌연변이가 없다. 이 작품의 진정한 핵심은 ‘접근 방식’이다. 그 누가 오채질굿을 재즈적으로 재편해낼 것이며, 칠채의 비트에 미니멀리즘(Minimalism)과 동해안별신굿의 방법론을 접목할 것인가. 무턱대고 박재천과 미연의 실험정신을 칭송하려는 게 아니다. 선조의 유산을 이렇게 바라보는 시각이 어디에서 비롯됐는지 짚어보자는 얘기다. 그들이라고 해서 소녀들 감성에 어울리는 어여쁜 멜로디를 무시할 수 있을까. 다만, 다른 것을 염두에 두기에는 그들 앞에 던져진 선조의 음악과 그 매력이 너무나 자극적이었던 탓이라고 하자. 단순히 국악만 지칭하는 건 아니다. 가슴에 우리의 장단을 품고 양손에 재즈와 현대클래식을 움켜쥔 채 음악의 넓은 세계를 바라보니, 어느 하나 버릴 수 없을 만큼 아름답고 자극적인 유혹이 도사리고 있는 게 아닌가. 두 사람은 그 치명적인 유혹에 기꺼이 빠져들었다.

전작들과 달리, <Dreams from the Ancestor>는 보다 은유적인 주제의식을 어필한다. ‘그것을 꿈이라 말하지 말라’는 꿈을 꾸는 행위가 결코 허황된 망상이 아님을 뜻하며, ‘이어도는 땅 위에 있다’의 ‘땅’은 바로 그 꿈이 우리의 현실 속에 있음을, 혹은 있어야 함을 얘기한다. 그 꿈을 위해 다시 ‘나 자신’에게 냉정한 칼날을 들이미는 것이 세 번째 곡인 ‘잊혀진 나에게 묻는다’이고, ‘새는 내 안에 있었다’는 우리가 갈구해온 진실이 결코 멀리 있지 않았다는 고백이다. 해외의 청자들을 위해 새롭게 붙인 네 개의 영문 제목은 번역된 게 아니라 또 하나의 내러티브를 갖는다. ‘한 번도 꾸지 못한 꿈’을 간직해온 화자는 ‘환상의 섬이 영원함’을 믿어 의심치 않으며, 이내 ‘나의 꿈이 나 자신’임을 깨닫는다. 그리고 ‘잊혀진 꿈’의 존재를 인지하는 것 자체가 가장 아름다운 꿈임을 설파한다. 박재천과 미연은 이 앨범을 만들며 “잊혀진 꿈을 남겨준 한국의 선조”에게 감사의 마음을 표했다.

<Dreams from the Ancestor>를 반복해 들으며 나는 우리 시대의 진정한 창작이 무엇일지, 어떤 의미를 지녀야 할지 되뇌었다. 하지만 곡들이 진행될수록 이런 생각은 부질없는 것임을 깨달았다. 두 사람이, 그렇듯 ‘정치적인’ 발상을 지녔다면 이런 결과물을 내놓지는 않았을 테니 말이다. ‘나의 꿈’이 시장에서 얼마에 팔릴지 고심하는 우리에게, 치열한 역사의 현장이 고스란히 담긴 이 앨범은 강렬하다 못해 처절한 빛을 발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많은 이들은 이 시도의 가치와 성과를 곱씹게 될 것이다. 대한민국 음악계가 합당한 길을 걷고 있다면, 우리의 후손은 이 작품을 만든 선조에게 깊은 감사와 존경을 표해야 옳다. <Dreams from the Ancestor>는 과거가 남긴 소중한 유산이 영원한 꿈을 꾸고 있는 이들에 의해 현재 속에서 새로 태어났음을 증명한다. 꿈은, 어설픈 감상이 아닌, 말 그대로 피땀 어린 노력을 요구한다. 외면하지 않고 그 요구에 응한 이들이 우리의 미래를 맡는다.



A G U I D E F O R L I S T E N E R S

1. 그것을 꿈이라 말하지 말라 - 오채질굿

전라도 우도 농악 장단의 하나인 오채질굿은 크게 A, B, C의 세 섹션으로 구성된다. 각 섹션의 비트는 지역과 시기, 혹은 연주자에 따라 약간의 차이를 보여 왔지만 오늘날 일반적으로 연주되는 형식은 다음과 같다. 먼저 49박(10박+14박+10박+9박+6박)의 느린 우질굿(A)이 펼쳐지고, 계속해서 48박(10박+10박+10박+12박+6박)의 빠른 우질굿(B)과 40박(10박+10박+10박+5박+5박)의 좌질굿(C)이 이어진다. A, B, C 안에 포함된 다섯 파트를 연주하며 각각의 첫 박에 징을 치기에―‘채’란 ‘징을 치다’는 의미다―그 흐름을 알 수 있다. 흔히 오채질굿은 막판에 이르러 굿거리나 덩더꿍, 자진모리, 휘모리 등으로 변화하는데, 이런 식의 마무리는 1978년의 사물놀이가 제시한 뒤 자연스레 정착했다. 일견 매우 복잡해 보이는 오채질굿은 그 자체로 오랜 전통과 현대성이 조화를 이룬 리듬 패턴이다. 이는 국악인들에게 절묘한 유기성을 내포한, 직관적이면서도 과학적인 음악으로 인식돼 있다.

‘그것을 꿈이라 말하지 말라’는 이러한 오채질굿의 패턴을 취한다. 사실 평소에 국악 연주를 자주 접하지 않았다면 그 흐름을 따라가는 것이 결코 쉽지 않겠다. 하지만 피아니스트 미연이 만든 시니컬한 멜로디의 진행과 숨 막히게 쏟아지는 다이내믹의 운용을 눈여겨보면, 이 곡이 놀라운 현대성을 획득한 우리 시대의 명연임을 깨닫게 된다. 다만 이 곡에서는 앞서 얘기한 오채질굿의 일반적인 진행 패턴을 따르지 않았다. 빠른 우질굿(B)과 좌질굿(C)을 일종의 브리지로 파악한 뒤 다시 느린 우질굿(A)을 취했고, 그 다음 좌질굿을 연주해 끝을 맺는다. 전체적인 구조는 ABCAC인 셈이다. 이러한 시도는 역시 재즈의 구성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것으로 보인다. 곁에서 복합적인 리듬 패턴을 말끔하게 제시하는 박재천의 타악기 연주가 적절한 스윙 필을 가미하고 있다는 점도 그 생각에 힘을 더한다. 따라서 첫 곡인 ‘그것을 꿈이라 말하지 말라’는 오채질굿의 재즈적 재현이다.

2. 이어도는 땅 위에 있다 - 자진모리

자진모리는 비교적 음악 팬들에게 익숙한 국악 장단이다. 판소리나 산조를 연주할 때 그 패턴은 진양, 중모리, 중중모리, 자진모리, 엇모리, 휘모리로 점점 빠르게 진화하는데, 중간 템포에 해당하는 것이 자진모리다. 박재천은 예전부터 자진모리에 강한 집착을 보여 왔고, 이를 바탕으로 이미 1996년 새로운 작곡을 시도한 바 있다. (그의 앨범 <Mol-E-Mori>에 실린 ‘Jazzn Jazin’이 그것이다.) 그리고 당시의 멜로디를 다시 가져와 이 앨범의 두 번째 곡 ‘이어도는 땅 위에 있다’의 뼈대로 사용했다. 흥미로운 것은 이 곡에서 시도된 자진모리의 장단이 재즈나 록에서 종종 사용하는 16비트의 형상으로 변모했다는 점이다. 이론적으로는 자진모리의 12/8박자를 네 번 반복해 48박을 만들고, 이를 다시 셋으로 나누어 16비트의 흐름으로 연출하는 시도가 가능했던 것이다. 곡이 진행되는 도중 그는 자진모리의 원형적인 느낌으로 4번(12×4=48), 다시 16비트의 느낌으로 3번(16×3=48) 연주했다.

서정성의 측면에서 봤을 때 ‘이어도는 땅 위에 있다’는 이 앨범의 백미이자 매우 폭넓은 감흥을 불러일으킬 법한 곡이다. 일단 박재천이 타악기를 제쳐두고 피아노를 연주한 것이 특기할 만하다. 곡이 진행되는 동안 그는 단 5개의 음정(D-E-G-A-C)으로 이루어진 ‘Jazzn Jazin’의 멜로디를 시종일관 반복해서 연주한다. 물론 그에게 피아니스트로 자리매김하려는 의도는 절대 없다. 말하자면, 평소 타악기를 연주하며 모든 소리에 음정의 느낌을 담아내고자 했던 그가 북채 대신 피아노 건반을 택한 셈이다. 그것이 자진모리의 인상으로 전개되든, 16비트의 인상으로 변모하든, 그 위에서 자유롭게 비상하는 미연의 피아노 연주는 풍부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비트의 흐름을 넘나들며 우리의 감성을 강하고도 은근하게 자극한다. 연주에 깃든 깊은 감성은 하나의 심증을 갖게 한다―두 사람은, 이것이 녹음되고 있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은 채 스스로 뿜어내는 음악 속으로 몸을 던졌다.

3. 잊혀진 나에게 묻는다 - 굿거리

사물놀이에서 많은 이들이 인상적으로 생각하는 장면 중 설장구―‘설날’의 ‘설’과 같은 어원을 지닌 ‘설’은 ‘최고’, 혹은 ‘첫 번째’를 뜻한다―가 있다. 장구잡이의 기량과 의도에 따라 갖가지 구성으로 나타나는 설장구는, 마치 재즈 연주자들이 곡의 막판에서 각자의 기량을 발휘하며 선보이는 트레이드(trade)를 연상케 한다. 그런데 그 설장구 중 굿거리 대목의 12/8박자가 채편의 비트에 의해 3번의 4/8박자로 변모하는 부분이 있다. 이는 경기도 도살풀이에도 등장―3번의 2/4(4/8)박자―한다. 박재천과 미연은 바로 이런 비트의 변화를 눈여겨봤다. 우선 굿거리장단에 어울리는 멜로디 패턴을 구축하고, 다시 리듬을 응용하여 완성한 곡이 ‘잊혀진 나에게 묻는다’이다. 사실 이 시도는 그동안 우리 음악계가 충분히 제시할 수 있을 만큼 개연성이 높았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국악과 재즈, 혹은 록 음악의 단순한 협연을 넘어선 시도는 눈에 띠지 않았다. 그 아쉬움을 달래준 것이 이 곡이다.

‘잊혀진 나에게 묻는다’는 여느 록 밴드의 연주 못지않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우선 박재천의 타악기가 빚어내는 다양한 소리들―놋쇠그릇을 활로 켜는 마찰음이나 베이스드럼을 고무 재질의 말렛으로 긁어 만드는 울림 등―이 심상찮은 서두를 제시한다. 피아노가 본격적으로 가세하며 박진감 넘치게 진행되는 주 멜로디와 솔로는 일취월장한 미연의 연주력을 맛보기에 부족함이 없다. 또 하나 특기할 점은 악기 편성에 있다. 미연은 두 대의 피아노를 건반이 마주하도록 비스듬히 배치한 채, 양팔을 좌우로 벌려 두 줄의 건반을 동시에 연주했다. 얽히며 이어지는 같은 음역의 진행과, 전자음악이나 프리페어드(prepared) 피아노를 연상시키는 부분이 바로 이렇게 연출된 것이다. 좌우 채널에서 나뉘어 들리는 피아노의 흐름을 놓치지 말라. 물론 굿거리장단의 한복판을 공격적으로 파고들어가는 미연의 피아노 솔로가 압권이다. ‘잊혀진 나에게 묻는다’는 긴장의 미학을 제시한다.

4. 새는 내 안에 있었다 - 칠채

앨범의 대미를 장식하는 ‘새는 내 안에 있었다’는 칠채를 차용했다. 칠채는 경기․충청 지역의 가락이며 길군악칠채굿의 준말이다. 7개의 섹션(5박+5박+3박+3박+5박+5박+10박)으로 구성하여 총 36박을 연주하는데, 각 섹션마다 징을 치기에 칠채라 불린다. 우선 박재천과 미연은 이 36박의 칠채를 두 번 배치하여 72박의 패턴을 만들었다. 그리고 이 72박을 48박, 36박, 24박, 12박, 6박, 4박, 2박, 그리고 1박으로 줄여나가는 비트 구조로 전개해냈다. 이렇듯 비트의 수를 줄여나가는 방법론은 동해안별신굿에서 실제 사용되는 형태다. (그 실례를 만날 수 있는 소중한 음원이 1993년에 녹음된 앨범 <巫樂 동해무속사물>의 ‘드렁갱이’다. 이 곡의 비트는 40박, 20박, 10박, 5박, 3박으로 연주됐다.) 이제 진정한 숙제는 여기에 걸맞은 멜로디 패턴의 구축에 있었다. 박재천과 미연이 앨범 전체에서 가장 고심한 것도 바로 이 부분으로 보인다. 최종 선택은 다름 아닌 ‘새야 새야’였다.

지난 100여 년 간 우리의 애환을 이보다 잘 담아낸 노래가 또 있었을까. 언제나 우리 곁에 있었지만, 바로 이 곡을 통해 ‘새야 새야’는 냉정한 이성과 치밀한 실험의 결과물로 재현됐다. 피아노의 오른손이 불협의 칠채 리듬을 꾸준히 제시하며 서늘한 감성을 조성하는 가운데 낮은 음역의 왼손이 ‘새야 새야’를 연주한다. 시작할 때는 비트의 수를 맞추기 위해 멜로디의 첫 음을 6박으로 늘였다. 이내 곡은 좁은 통로를 따라 긴박하게 이어지며 점차 템포와 힘을 더해간다. ‘새야 새야’의 멜로디가 시작될 때마다 징의 울림이 들린다. 한 자리 수의 비트가 진행될 즈음이면 숨이 턱에 닿고, 곡은 단 하나의 점을 향해 몰입하듯 돌진해간다. 최소화한 연주의 소재와 효과의 측면에서 이 곡은 현대클래식의 미니멀리즘에 큰 빚을 지고 있다. 연주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심신에 놀라워하다가, 마무리 장단이 질펀하게 펼쳐질 즈음 비로소 앨범 한 장이 마무리됐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Dreams from the Ancestor> is the new “Structured Improvisation” album by Miyeon & Park, the critically-acclaimed Free Improvising Music Duo in Korea. In 2005, they released the first duo album called <Queen & King> which has established themselves as one of the most achieved instrumental ensembles in Asia. Since 1996, Jechun Park has constantly played Free Jazz and World Fusion with notable artists in the world and he uses a unique set of various percussions from both Asian and Western cultures. Miyeon, a pianist with sensuous and delicate touch, has a great ability not only in composing but also arranging. She is definitely the most promising pianist of no limited potentiality in Asia. Miyeon & Park travel all over the world to perform.

There are four tunes here on <Dreams from the Ancestor> and all of them are based on Korean traditional rhythm and beat patterns. On those patterns, Miyeon & Park have built the new melody lines and structures which are amazingly fresh and provocative in Korean music history. This album spans from Free Jazz to Contemporary Classical, but it is not just heard as a simple combination of Western and Korean arts. Everything is successfully fused and Miyeon & Park have undoubtedly made a masterpiece full of realized dreams in reality. You can catch all those music in this work, but its creativeness is fully driven from their own. <Dreams from the Ancestor> will stand at the peak point as one of the most advanced works by musicians today. Here are some descriptions about the tunes as follows.

Opening the album, A Dream I Never Dreamed is based on O'-Ch'ae-Jil-Gut which consists of three sections consequently. A, the first section is Slow Ujil-Gut of 49 beats(10+14+10+9+6), B, the second section is Fast Ujil-Gut of 48 beats(10+10+10+12+6) and then the last section C which is Joajil-Gut of 40 beats(10+10+10+5+5) is followed. At the first beat of five components in all three sections, Jing(Korean Gong) is played as a sign, so we can chase the stream of performance. O'-Ch'ae-Jil-Gut, which contains a very complex beat patterns, are considered as a mysterious mixture of old Korean tradition and contemporary art of today. In A Dream I Never Dreamed, Miyeon & Park treated O'-Ch'ae-Jil-Gut as more like a Jazz tune and they made a new structure of ABCAC. Park added the noticeable swing feel on his percussion. Listening to Miyeon's playing is as dynamic and tense as a storm-watch.

In terms of lyricism, the second tune, The Eternity of the Dream Island is the definite best of this album. It has the rhythm pattern of Jajin-Mori in 12/8. Park has already made and published an impressive melody on this rhythm in 1996, and uses it again as the basis of this tune. Instead of percussions, he sits in with another piano and plays the simple melody with only 5 tones(D-E-G-A-C) repeatedly from the beginning to the end. Upon his piano, Miyeon freely improvised with a surprisingly attractive and spacious approach. Another point of The Eternity of the Dream Island is the change of impression in beat pattern, which is, the 12/8 of Jajin-Mori is evolved into general 16 beats of Jazz or Rock. With the repetition of Jajin-Mori four times, Park set 48 beats and divided them by three parts to make an afterimage of 16 beats. Either in 12/8 or 16 beats, Miyeon never misses her heart of imagination.

The famous Korean rhythm Gut-Gôri, another 12/8, is widely played in various texts. Miyeon & Park carefully observed a change of beats of Gut-Gôri in Samul-Nori. The players of Samul-Nori with great skills often try to revise the 12/8 into three 4/8s. Miyeon & Park took the similar steps to build up What You Dream is What You Are. This tune contains a great deal of passion and tense like any Rock bands do. At the beginning, note Park's splendid and dazzling percussion. And Miyeon's aggressive and persistent touch shows her virtuosity as well. The special point in making unique sound of What You Dream is What You Are is her application of two pianos. She puts two full-sized pianos both on her left and right side, and played them simultaneously with opening her arms. This made her possible to produce a new piano artistry, which sounded like a prepared-piano or even electronics.

Chil-Ch'ae is a rhythm pattern of 36 beats with seven components(5+5+3+3+5+5+10). First of all, Miyeon & Park doubled the whole and made a 72 beats cycle. Then, the next step was cutting down the beats gradually into 48 beats, 36 beats, 24 beats, 12 beats, 6 beats, 4 beats, 2 beats and finally THE 1 beat. This method of cutting down the beats is also from a Korean traditional music, which is the Shaman percussion of East Coast. With the newly established beats cycle, the most important part was the melody. Miyeon & Park chose Saeya-Saeya(Birdy-Birdy), the well-known anonymous song for common Koreans. It tells a story of sorrow related to the uprising of the farmers in 1894. However, Saeya-Saeya is not a sad song any more in The Dream Forgotten. With a sense of Minimalism, Miyeon & Park's breath-taking sweep goes right into THE 1 beat without any hesitation.

Francis Hyunjoon Kim (Jazz Critic)